‘고약하다’라는 말의 어원이 성군으로 불리는 세종대왕과 ‘고약해高若海’라는 신하 사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약해의 한자는 ‘같을 약(若)‘, ‘바다 해(海)’ 자로 ‘바다 같은 인물’이 되라는 뜻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형조참판으로서 태조, 정종, 태종, 세종까지 총 4명의 임금을 섬겼다. 도관찰사, 사헌부, 인수부 등 중직 등을 두루 거친 명재상이다. 그는 세종에게 사사건건 직언을 하는 신하였다. 세종대왕이 오죽하면 그의 이름을 빗대 “이런 고약해 같으니”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이에 ‘고약해 같다’는 말은 비위나 도리에 맞지 않는 것을 표현할 때 쓰는 ‘고약하다’는 말로 발전했다. 세종은 고약해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다른 신하들이 직언을 하지 못할까봐 고약해에게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세종의 소통 정신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1440년 3월, 세종이 고약해를 갑자기 관직에서 파면시켜 세간의 놀라움을 샀다. 사연이 있었다. 세종과 고약해가 ‘수령육기법’을 두고 논쟁을 벌이던 중, 흥분한 고약해가 스스로를 ‘소신’이 아닌 ‘소인’이라 칭했기 때문이다. 소신小臣과 소인小人은 모두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지만 왕과 신하 사이의 대화에서는 위계를 드러내는 ‘소신’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고약해는 세종의 말을 도중에 끊고 왕의 얼굴을 노려보고, 심지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결국 참지 못한 세종은 고약해를 파직시켰다. 그러나 세종은 성군이었다. 1년만에 다시 고약해를 조정으로 불러들였다. 그가 사망한 뒤에는 강직하고 너그럽다는 의미를 가진 ‘정혜’라는 시호까지 내려주었다.